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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 시즌2 가상시나리오 박충섭 그리고 그림

2mhan 2025. 4. 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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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나는 그저, 그렸을 뿐이다"

장면 1. 붓을 드는 아침

제주 조천읍.
해가 떠오르기 전, 박충섭은 작은 작업실로 들어선다.
수채화 용지, 아크릴 물감, 낡은 팔레트.
커피 대신 물 한 컵으로 붓을 적시며 그는 혼잣말을 한다.
“세상은 빠르다. 나는 여전히, 느리다.”

책상 옆엔 금명이 보낸 투자서류들이 쌓여 있다.
“아버님, 이젠 온라인 미술 콘텐츠로 확장하셔야죠.”
서울에서 내려온 금명의 직원은 그렇게 말했다.
충섭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콘텐츠가 아닌, 캔버스 위에서 산다.

장면 2. 제주에서 서울을 보다

충섭은 딸 박새봄의 인터뷰 기사를 본다.
“새봄 님은 뭘 그렇게 잘하세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너무 오래 했어요.
이젠 좀 내려놓고 싶어요.”
기사를 읽다, 충섭은 그 페이지를 프린트해
자신의 화판 옆에 붙인다.

“이 아이가 힘들구나.”
그는 말없이 캔버스에 색을 입힌다.
새봄이 어릴 적 그리던 바다색.
그리고 그 바다 위에 아주 작게,
어떤 소녀의 실루엣을 그린다.

장면 3. 금명과의 대화

오랜만에 금명이 제주에 내려온다.
둘은 늘 그렇듯 짧게 말한다.
“새봄, 요즘 네 말 잘 안 들어.”
“새봄이는 네 딸이지, 내 딸은 아니다.”

금명이 눈을 흘긴다.
“그 말 또 시작이네.”
충섭은 그림을 가리키며 말한다.
“넌 항상 결과를 보여주지.
나는 과정을 기다리거든.
그 차이야.”

금명은 한참을 조용히 있다 말한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아이가 엉뚱한 데로 가면?”
충섭은 웃는다.
“그럼 그 그림이 더 재밌지.”

장면 4. 아버지의 그림 편지

며칠 뒤, 서울의 새봄 집으로 소포 하나가 도착한다.
내용물은 수채화 한 장과 짧은 편지.

그림 속엔 바다 위에 노를 젓는 한 아이가 있다.
글씨는 흐릿하지만 또렷하다.

“내가 너한테 가르쳐준 건 손의 감각뿐이었어.
삶은 네 손에 있으니까.

길 잃으면 바다를 봐라.

거기서 네 색을 다시 찾을 수 있다.
– 아빠가.”

새봄은 그 그림을 창가에 붙여두고,
한참을 말없이 바라본다.
그림 속 소녀는
누가 봐도 ‘자기 자신’이었다.


마무리 내레이션

박충섭은 ‘말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늘 보고 있었다.
금명의 야망도, 새봄의 눈물도.

그는 말이 아닌 붓으로
한 가정의 시간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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