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무역’이라는 말장난 뒤에 숨은 정치적 도박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 정책은 표면적으로는 간단하다. "우리가 어떤 나라의 제품에 2.5% 관세를 매기면, 그 나라도 미국 제품에 동일한 수준의 관세만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합리적이다. 그러나 이 개념은 국제 무역의 실제 작동 방식과는 동떨어진, 트럼프식 단순화의 대표 사례다.
무역은 복잡한 게임이다. 국가 간의 관세 체계는 단순한 수치의 대응이 아니라, 경제 구조, 산업 발전 수준, 기술 격차, 노동 비용, 전략적 협상력 등이 뒤엉킨 결과물이다. 이를 ‘기계적 상호성’으로 치환하겠다는 발상은, 마치 체스판에서 오목 규칙을 들이밀며 공정성을 외치는 것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
현실 경제를 무시한 보호무역의 부메랑
트럼프는 재임 기간 동안 특히 중국을 상대로 대대적인 관세 폭탄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미국 소비자들이 중국 제품을 더 비싸게 사게 되었고, 중간재를 수입하는 미국 제조업체들도 타격을 입었다. 농업 분야에서는 중국의 보복 관세로 인해 대두, 옥수수, 돼지고기 등 주요 수출품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상호관세는 결국 미국 경제의 특정 부문을 보호하는 대신, 전체 경제에 걸친 비용을 초래했다. 이건 보호무역의 전형적인 함정이다. 정치적 단기 이득을 위해 경제적 장기 손실을 감수하는 ‘표 계산 우선주의’의 결정판이었다.
트럼프의 계산: 무역이 아니라 정치
상호관세는 경제정책이라기보다 정치적 슬로건에 가깝다. 국내 제조업 회복, 일자리 창출, 중국 견제 등 그럴듯한 이유가 붙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 중서부의 블루칼라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전략이었다. 무역적자 감소는커녕, 트럼프 집권 기간 동안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되레 더 커졌다.
정치가 경제를 장악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실패 사례다. 경제 논리는 맥락과 통계를 요구하지만, 정치 논리는 감정과 구호를 소비한다. 상호관세는 후자의 전형이다.
2025년, 다시 돌아온 보호무역의 망령?
현재 트럼프는 재선을 노리며 다시금 상호관세와 보호무역을 언급하고 있다. 이미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부터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 부과'라는 말도 안 되는 공약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글로벌 공급망을 다시 교란시킬 것이다. 특히 AI, 반도체, 배터리 등 미래 산업의 핵심 공급사슬이 걸린 지금, 이런 방식의 대외정책은 리스크 그 자체다.
세계는 지금 공급망의 재편, 블록화, 디지털 무역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 와중에 ‘상호관세’ 같은 낡은 무역 패러다임을 다시 꺼내는 건, 증기기관차로 우주 개발을 하겠다는 소리와 다르지 않다.
미래를 위한 선택: 무역은 제로섬이 아니다
우리는 냉정해져야 한다. 무역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서로 다른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들이 협력하여 더 큰 파이를 만드는 게 국제무역의 본질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조율과 협상으로 풀어야지, ‘우리도 똑같이 때리겠다’는 식의 감정적 대응으로는 해법이 없다.
AI와 자동화, 디지털 무역 질서가 재편되는 이 시점에서, 미국이든 한국이든 선택은 단 하나다. 글로벌 협력을 통한 기술·산업 경쟁력 강화. 상호관세는 시대착오적 환상일 뿐이며, 미래를 설계하려는 국가라면 반드시 벗어나야 할 사고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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