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거리에서 바라보는 심리학의 착시 현상
자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말을 해봤을 것이다.
“어머, 저 집 애는 벌써 중학생이래.”
“작년만 해도 아기였는데, 벌써 대학을 간다고?”
이런 반응은 단순한 놀라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정작 내 자식은 하루하루 더디게 크는 것 같고, 옆집 아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자라난다.
이 현상은 단순한 느낌일까? 아니면 심리적인 착각일까?
‘지각된 시간’이라는 주관적 현실
사람은 시간을 절대적 단위로 경험하지 않는다.
같은 하루라도 어떤 날은 길고, 어떤 날은 짧다.
이처럼 시간의 흐름은 우리의 감정과 인지에 의해 조절되는 ‘지각된 시간(perceived tim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내 자식은 매일같이 보고, 일상 속에서 크고 변화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관찰하게 된다.
그 변화는 점진적이고, 당연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반면, 남의 자식은 오랜만에 마주칠수록 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
우리 뇌는 ‘간격 효과(gap effect)’로 인해 간헐적으로 관찰한 대상의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기억의 왜곡과 선택적 주목
또 하나의 심리적 요인은 ‘기억의 선택적 저장’이다.
우리는 보통 남의 아이가 어릴 적 귀여웠던 모습이나 뭔가 어설펐던 장면을 기억에 남겨둔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봤을 때 그 기억과 현재 모습을 비교하면서 "엄청 컸네"라는 판단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과거는 이상화되고, 현재는 그 대비로 인해 더 크게 느껴진다.
게다가 부모는 자신의 아이에 대해선 성장보다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밥을 안 먹는다, 친구랑 싸웠다, 공부를 안 한다 같은 고민들이 부모의 관심을 잡아끈다.
이런 현실적 이슈들 속에서 성장은 상대적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남의 자식은? 문제는 잘 안 보이고 결과물만 보인다. 잘 컸다는 평가를 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심리적 거리와 감정의 농도
심리학자들은 "심리적 거리(psychological distance)"가 인지와 감정의 농도를 조절한다고 본다.
가깝고 자주 접하는 대상일수록 감정적 반응은 분산되고, 냉정해진다.
멀고 가끔 보는 대상에겐 감정적 과잉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아이 성장에 대한 감정 역시 이 원리를 따른다.
자기 아이는 매일 보는 대상이라 '감정의 중화 현상'이 일어난다.
반면 남의 아이는 기억이 단편적이고, 감정적으로 묘하게 거리가 있다 보니 성장이라는 요소에 훨씬 더 반응한다.
그 결과? “쟤는 왜 이렇게 빨리 컸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시간의 상대성, 감정의 상대성
남의 자식이 더 빨리 크는 것 같다는 느낌은 사실과 다르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의 뇌는 그것을 ‘사실처럼 느끼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관찰의 간격, 감정의 밀도, 기억의 편집, 문제 중심 사고 방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리고 이 감정은 아이가 클수록 더 강화된다.
유년기에는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더 두드러지고,
사춘기를 지나면 가치 판단(예의, 성격, 학업 등)의 기준이 개입되며 비교는 더욱 복잡해진다.
결론: 착시를 인정하고, 비교를 멈추는 연습
이 현상은 부모가 잘못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
뇌의 정상적인 작동 방식이고, 인지심리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착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남의 자식은 빨리 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건 당신의 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점을 기억하자.
그리고 그만큼 내 아이도 어딘가에선 누군가의 “벌써 이렇게 컸어?” 대상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속도보다 방향이다.
빠르게 크는 듯한 남의 자식이 부러운가?
그보다는 지금 옆에 있는 아이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더 주목하는 게,
더 현실적이고 건강한 부모의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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