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중심 육아’, 그 말은 정말 아이를 위한 것일까?
요즘 육아 콘텐츠, 육아서, 부모 교육 어디를 봐도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아이 중심 육아’. 표면적으로 보면 그럴듯하다. 아이의 감정에 귀 기울이고, 자율성을 존중하며, 부모는 뒤에서 조력자로 존재한다는 그림. 하지만 이 말이 너무도 당연하게 소비되는 순간, 한 가지 질문은 묻힌다.
‘아이 중심 육아’라는 말을 반복하는 우리는, 정말 아이를 중심에 두고 있는 걸까?
오히려 이 말은 부모의 불안과 욕망, 그리고 그것을 자극하는 사회 구조가 아이의 이름으로 포장되어 나타난 결과일 수 있다. 아이 중심이라는 미명 하에, 정작 아이는 또 다른 ‘성과의 대상’이 되고, 부모는 자신을 지우며 소진되어간다.
아이의 욕구인가, 부모의 욕구인가
자주 들리는 말이 있다.
“우리 애는 감각이 예민해서 이불도 무조건 유기농으로 써야 해요.”
“이 장난감이 창의력에 좋다더라고요, 가격이 좀 나가긴 하지만…”
“이게 아이 정서 발달에 그렇게 좋다네요.”
물론 아이를 위해 더 좋은 걸 해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된다. 문제는 그 ‘좋은 것’이라는 판단 기준이 진짜 아이로부터 나온 게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은 전문가라는 이름의 누군가, 혹은 부모 커뮤니티, SNS 육아 인플루언서의 조언을 통해 전달된 정보일 뿐이다. 부모는 그 정보를 기반으로 ‘아이 중심’을 실천한다고 믿지만, 그 실천은 어딘가에서 자기확신과 불안을 달래기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다.
아이에게 무엇이 진짜 필요한지를 묻기보다는,
“이 정도는 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
“다른 애들도 다 저렇게 키우던데…”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이 앞서게 된다. 아이 중심이 아니라, 불안 중심 육아에 가까운 셈이다.
‘아이 중심’이라는 말에 감춰진 또 하나의 아이러니
아이 중심이라는 말은 부모 자신을 지우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아이 중심’이라는 깃발 아래, 부모의 감정은 늘 뒤로 미뤄진다. 피곤해도, 우울해도, 힘들어도 참아야 한다. 마치 ‘희생은 당연한 것’이 되어버리는 분위기. 이쯤 되면 묻고 싶다.
과연 아이를 위한 육아가 맞나, 아니면 부모 자신을 끊임없이 검열하고 짓누르는 구조가 아닐까?
게다가 이 말은 모성신화와 결합되며 여성에게 더 무거운 짐으로 작용한다. 아이 중심이라는 말은 겉으로는 아름답지만, 실제로는 "아이를 중심에 두지 않으면 나쁜 부모"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강요한다. 특히 엄마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결과적으로 ‘아이 중심’은 부모를 위한 말도, 아이를 위한 말도 아닌, 사회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던져놓은 구호에 가깝다.
누가 이 구조를 가장 잘 활용하는가? 바로 시장이다
육아 시장은 이 아이러니를 누구보다 잘 안다. 아이를 중심에 둬야 한다는 도덕적 압박이 클수록, 부모는 ‘더 좋은 것’을 고르고 싶어 한다. 더 유기농, 더 프리미엄, 더 똑똑한 장난감… 그 선택 하나하나가 아이를 위한 헌신이라 믿게 만드는 기획이다.
결국 ‘아이 중심’이라는 구호는 부모의 소비를 유도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공공 돌봄 시스템은 부족하고, 직장 내 육아 배려도 미미한 상황에서 부모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소비뿐이다. 부모의 시간은 줄어드는데, 죄책감은 늘어난다. 그 죄책감을 덜어줄 수 있는 건 그럴듯한 소비, 혹은 감성적으로 포장된 콘텐츠다.
진짜 중심에 있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아이 중심 육아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아이의 욕구를 빙자한 부모의 불안을 소비로 해소하는 구조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진짜 중심은 ‘아이’라는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구체적인 관계와 상황 속에서의 부모와 아이, 그들의 현실이어야 한다.
아이가 편안하기 위해선 부모가 안정되어 있어야 한다.
아이가 자율성을 갖기 위해선 부모가 자신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아이가 중심에 설 수 있으려면, 부모도 그 중심에서 밀려나지 않아야 한다.
‘아이 중심 육아’라는 말이 더는 부모를 짓누르는 슬로건이 아니라, 진짜 관계 중심의 육아로 발전하려면, 우리는 이 말의 이면을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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