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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플랜 게임인가, 사회실험인가?

2mhan 2025. 5. 1.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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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플랜이 허물어뜨린 장르의 경계

서바이벌 예능은 원래 게임이었다. 제한된 룰 속에서 경쟁하고, 이기고, 누군가는 탈락하는 구조. 명확한 목표와 결과, 단순한 스토리라인. 하지만 데블스플랜은 그 공식을 일부러 뒤튼다. 그리고 그 틈에서 시청자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건 과연 ‘게임’인가, 아니면 사회실험을 가장한 인간 관찰 예능인가?

룰은 명확한데, 승패는 모호하다

데블스플랜이 던지는 가장 묘한 긴장감은 이 지점이다. 분명 규칙은 있다. 문제도 나오고, 점수도 매긴다. 누가 더 똑똑한가, 누가 더 협력적인가를 검증하려는 듯 보인다. 그러나 막상 ‘우승’이라는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애매하다.

누군가가 점수를 많이 땄다고 해서 진정한 승리자로 기억되진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누구를 지지했는가, 어떤 선택을 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게 작동한다. 게임은 수단이고, 시청자가 바라보는 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진심과 위선, 의도와 계산이다.

이쯤 되면 게임은 ‘정당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형식이 아니라, 사람의 민낯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탈락보다 무서운 건 도덕적 평가다

전통적인 서바이벌 예능에서는 탈락이 가장 두려운 결과였다. 하지만 데블스플랜에선 다르다.
사람들은 누가 떨어졌는지보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았는지를 기억한다. 누군가는 배신했고, 누군가는 침묵했다. 그리고 그 장면은 수많은 토론의 불씨가 된다.

흥미로운 건, 시청자조차도 그것을 단순히 '전략'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시청자는 게임 속 플레이어의 행동을 윤리적 기준으로 판단한다. 누가 ‘좋은 사람’이었고, 누가 ‘비열했는지’를 따진다. 게임을 통해 인간을 평가하고, 인간을 통해 사회를 비추는 방식. 이건 단순한 예능 소비가 아니라, 일종의 ‘도덕적 관전’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데블스플랜은 서바이벌 예능이면서도 동시에 사회심리학 실험처럼 작동한다. 게임이라는 명분 아래, 평소라면 보이지 않을 인간의 본능과 판단이 까발려진다.

시청자는 이제 ‘정답’보다 ‘의도’를 본다

가장 결정적인 변화는 시청자의 태도다. 예전엔 누가 더 정답을 많이 맞혔는지, 누가 더 계산이 빠른지가 관전 포인트였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어떤 맥락에서 그렇게 행동했는지, 그 사람이 진짜 말하고 싶은 건 무엇이었는지를 분석한다.

이런 변화는 데블스플랜이 장르적으로 애매한 위치를 택했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퀴즈쇼도 아니고, 리얼리티도 아니며, 정치 게임도 아닌데 전부의 성격을 다 갖고 있다. 시청자는 이 복잡한 장르의 경계 속에서 플레이어의 행동을 해석하고, 그 해석의 과정 자체를 즐긴다.

결국 이 예능은 정답을 맞히는 구조가 아니라, 사람을 해석하는 구조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엔터테인먼트’는 어디로 갔는가?

이쯤 되면 질문은 거꾸로 흘러간다. 이게 정말 예능이 맞는가? 사람을 탈락시키고, 갈등을 유도하고, 심리적으로 몰아세우는 방식이 과연 '재미'로 포장될 수 있는가?

여기서 장르적 경계는 더욱 흐려진다. 데블스플랜은 명백히 예능 포맷을 따르지만, 정작 그 안에서 벌어지는 건 인간의 실험과 관찰, 그리고 무의식적인 자기 노출이다. 감정을 짓이기고, 눈치를 보게 만들고, 신뢰와 배신을 반복시키는 구조. 이건 더 이상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오히려 서바이벌이 가진 긴장감, 인간 행동의 예측 불가능성, 그리고 감정의 충돌 자체가 사회적 실험처럼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건 장르의 진화라기보다는 장르 자체의 해체에 가깝다.


데블스플랜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당신이라면 누구를 믿겠는가?"
"정말 당신은 다르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이쯤 되면 이 예능은 시청자까지도 무대 위로 끌어올린다. 우리가 보는 건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복잡한 거리, 그리고 그 거리에서 발생하는 심리의 실험실이다.

결론적으로, 데블스플랜은 단순히 재미있는 서바이벌을 만든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게임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회실험’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실험을 매주 자발적으로 지켜보며, 때론 참가자보다 더 치열하게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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