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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히트노런, 마운드 위 고독한 완벽주의

2mhan 2025. 4. 16.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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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히트노런이란?

노히트노런(No-Hit No-Run)은 말 그대로 상대 타자에게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실점도 하지 않는 경기를 뜻한다. 투수 혼자서 9이닝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주지 않고 경기를 끝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실점도 없어야 한다’는 것. 안타는 안 맞았지만 볼넷, 실책 등으로 출루를 허용하고 실점하면 노히트노런은 물 건너간다.

하지만 퍼펙트게임(Perfect Game)은 그보다 한 단계 위 개념이다. 퍼펙트게임은 출루 자체를 단 한 명도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 노히트노런은 출루는 허용할 수 있지만 안타와 실점은 허용하지 않아야 성립된다.

즉, 노히트노런은 마치 한 편의 완성도 높은 스릴러 영화 같고, 퍼펙트게임은 모든 장면이 교과서적으로 맞아떨어지는 다큐멘터리라고 보면 된다.


역사적 사례들

야구 역사 속에서 노히트노런은 늘 전설을 만들어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024년 기준으로 320회 이상의 노히트노런이 기록됐으며, 한국 프로야구(KBO)에서는 지금까지 14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얼마나 어려운 기록인지 체감이 될 것이다.

대표적인 KBO 사례를 몇 가지 뽑자면:

  • 정민철 (한화 이글스, 2000년)
    현대 유니콘스를 상대로 기록한 노히트노런. 완성도 높은 경기운영으로 투수라는 포지션이 가져야 할 품격을 보여준 경기.
  • 장원준 (롯데 자이언츠, 2014년)
    사직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기록. 당시 장원준의 커브와 체인지업은 마치 마법처럼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만들었다.
  • 아리엘 미란다 (두산 베어스, 미기록)
    공식적인 노히트노런은 없지만, 미란다처럼 완투 능력이 탁월한 외국인 투수들이 중반 이후 노히트 행진을 이어가다가 아깝게 무너지는 사례도 많다.

노히트노런, 누가 만들고 누가 무너뜨리는가

노히트노런은 단순히 좋은 투수가 던졌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팀 수비, 포수 리드, 심판 판정, 운까지 총동원돼야 겨우 달성할 수 있다.

잘하는 선수들의 특징

  1. 냉정한 멘탈
    후반부로 갈수록 ‘노히트노런’이란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때 흔들리지 않는 멘탈은 필수다.
    대표 선수: 류현진, 양현종 —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구속보단 제구력으로 타자를 요리하는 타입.
  2. 경기 내내 패턴을 바꾸는 두뇌형 피칭
    타자들에게 익숙함을 허용하지 않는 피칭 패턴의 다양성.
    대표 선수: 김광현 —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조합의 변화가 탁월하다.
  3. 수비의 신뢰
    "내가 삼진 못 잡아도 땅볼 유도하면 뒤에서 막아주겠지"라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수비력이 엉망이면 노히트노런은 불가능하다.

못하는 선수들의 특징

  1. 완급조절 실패
    5이닝까진 좋다가 6~7이닝부터 체력이 떨어지면서 구질이 몰리는 선수들.
    대표 유형: 한때 150km 찍었지만 스태미너 관리 못 하는 불펜 출신 선발.
  2. 멘탈 붕괴형
    8회 2아웃까지 잘 던지고도 흔들리는 투수들. 갑자기 자책하거나 포수 사인 거부하면서 자멸하는 경우가 많다.
  3. 구종 단순형
    직구, 슬라이더만 던지는 투수는 3~4바퀴쯤 되면 반드시 털린다. 요즘 타자들, 어설프게 던지면 바로 페널티다.

맺음말

노히트노런은 ‘완벽한 하루’에 가까운 투수의 판타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치밀한 계산, 철저한 자기관리, 그리고 냉혹한 집중력이 존재한다. 화려한 기록이지만 단순한 실력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야구는 결국 실패의 스포츠다. 그 안에서 ‘실패하지 않은 경기’를 만든다는 건, 어쩌면 인간이 기계보다 더 완벽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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