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관식'으로 다시 증명한 배우의 무게
박해준이라는 배우는 처음부터 튀지 않았다. 그 흔한 예능 출연도 없었고, 팬서비스도 적었다. 대신 그는 연기로만 이야기했다. 단단하고 고요한 연기. 그래서 더 깊었다. 그리고 2025년, 그는 또 한 번 ‘양관식’이라는 인물을 통해 자신의 무게를 증명했다. 바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다.
박해준의 시작: 무대에서 쌓은 근육
박해준은 1976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박상우. 한예종 연극원 출신으로, 초반에는 무대에서 활동하며 연기력을 갈고닦았다. 연극, 단편영화, 그리고 단역. 긴 시간 동안 조명 바깥에서 연기를 해왔다.
드라마, 영화 단역으로 출연하며 서서히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고, 2018년 영화 〈독전〉에서 범죄 조직 중간 보스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이후 2020년 〈부부의 세계〉에서 불륜남 '이태오' 역으로 대중적 성공까지 거머쥐며 전환점을 맞이했다.
필모그래피: 장르보다 인물을 택한 배우
- 영화
- 《독전》(2018) : 강하고 위태로운 인물 연기로 호평
- 《비스트》(2019), 《침묵》(2017) : 복잡한 심리선 그리는 데 강한 인물 중심
- 《비상선언》(2022) : 대작 속에서도 균형 잡힌 연기로 눈도장
- 드라마
- 《마더》(2018) : 감정이 절제된 폭력의 얼굴
- 《부부의 세계》(2020) : 대중적 인지도의 기폭제, 역대급 밉상 캐릭터
- 《설강화》(2021), 《재벌집 막내아들》(2022) : 고집 있는 중년 캐릭터 소화
- 《폭싹 속았수다》(2025) : 박해준 연기의 ‘진화형’이라 불린 작품. 양관식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중년 남성의 내면적 분열과 현실 타협 사이의 간극을 그렸다.
‘폭싹 속았수다’ 속 양관식: 시대에 밀린 아버지의 초상
양관식은 제주 토박이다. 스스로는 강직하다고 믿지만, 시대의 변화 속에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서울에서 자란 딸과의 대화는 삐걱거리고, 가족과 지역 사회 사이에서도 자신의 입지를 잃어가는 인물이다. 말투는 거칠지만 속은 허전하고, 원칙은 있어 보이지만 실은 외로운 사람이다.
박해준은 양관식을 감정의 낭비 없이 연기한다. 분노보다 절제를, 눈물보다 침묵을 택했다. 말이 없는 순간에 더 많은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그의 방식은 오히려 관객에게 더 깊은 공감을 유도한다.
양관식은 단순한 ‘꼰대 아버지’가 아니다. 그는 사랑을 표현하지 못해 외면당하는 기성세대의 상징이며, 가족과 사회의 균열을 버텨내는 마지막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박해준이라는 배우의 현재: ‘불편한 진실’을 연기하는 사람
〈폭싹 속았수다〉 이후, 박해준은 단순히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 없어서는 안 될 배우라는 평가를 받는다. 드라마와 영화 사이에서 유연하게 오가며, 작품의 톤을 결정짓는 ‘공기’를 만든다.
그의 인기는 갑작스럽게 치솟는 식이 아니다. 팬덤도 크지 않다. 하지만 그가 출연한 작품은 늘 말이 남는다.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식이 너무나 설득력이 있어서다. 그런 배우는 흔하지 않다.
마무리하며: ‘양관식’을 연기한 건 결국 박해준이었기에
〈폭싹 속았수다〉 속 양관식은 배우 박해준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생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매끄럽게 포장되지 않은 중년 남성의 삶, 고립된 지역사회의 현실, 소통되지 않는 세대 간의 단절. 그 모든 것이 박해준의 얼굴에서 완성됐다.
그는 불편한 진실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면으로 끌어안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연기하는 인물을 미워하면서도 이해하게 된다. 결국, 박해준은 지금 이 시대 가장 ‘필요한 배우’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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