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나는 그저, 그렸을 뿐이다"장면 1. 붓을 드는 아침제주 조천읍.해가 떠오르기 전, 박충섭은 작은 작업실로 들어선다.수채화 용지, 아크릴 물감, 낡은 팔레트.커피 대신 물 한 컵으로 붓을 적시며 그는 혼잣말을 한다.“세상은 빠르다. 나는 여전히, 느리다.”책상 옆엔 금명이 보낸 투자서류들이 쌓여 있다.“아버님, 이젠 온라인 미술 콘텐츠로 확장하셔야죠.”서울에서 내려온 금명의 직원은 그렇게 말했다.충섭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콘텐츠가 아닌, 캔버스 위에서 산다.장면 2. 제주에서 서울을 보다충섭은 딸 박새봄의 인터뷰 기사를 본다.“새봄 님은 뭘 그렇게 잘하세요?”“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너무 오래 했어요.이젠 좀 내려놓고 싶어요.”기사를 읽다, 충섭은 그 페이지를 프린트해자신의 화판 옆에 붙인다.“..